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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현황

by sonomamoney 2025. 10. 27.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한반도 선사시대 예술의 정수로 평가받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입니다. 이 유적은 고래 사냥, 사냥 도구, 인간의 생활상을 생생히 기록한 인류학적 자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반구대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한 보존과 복원 사업이 본격화되며, 그 추진 현황과 의미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등재 추진 배경

울산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천전리에서 발견된 이후 한국 선사미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수천 년 전 고래, 사슴, 호랑이 등의 동물과 인간의 사냥 장면이 암벽 위에 정교하게 새겨져 있어, 당시 사람들의 생존 방식과 신앙 체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암각화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고래사냥 장면’을 묘사한 예술 작품으로, 북유럽이나 알타미라 동굴벽화와는 전혀 다른 동북아 해양문화의 특색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는 오랜 세월 동안 수몰 문제로 인해 손상이 심각하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태화강 상류의 사연댐이 건설된 이후 수위가 오르내리면서, 암각화가 해마다 잠기고 드러나는 과정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지역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류 공통의 문화유산 보존 과제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수년간의 협의를 거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등재 추진 배경에는 ‘인류 문명사에서 선사시대 예술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증명할 유적’이라는 국제적 평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반구대 암각화가 포함된 ‘대곡천 암각화군’ 전체를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올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본격적인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내외 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며, 고해상도 3D 스캔, 미세 손상 분석, 물리화학적 보존기술 도입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보존과 복원의 과학적 접근

유네스코 등재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보존 관리체계 구축입니다. 반구대 암각화는 매년 수몰과 노출이 반복되며 풍화, 조류 번식, 염분 침식 등으로 인한 훼손이 심각합니다. 단순히 수위를 낮추거나 물막이 공사를 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기에, 과학적·환경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현재 울산시는 문화재청과 협력하여 암각화 주변의 미세기후를 측정하고, 수분과 온도, 풍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AI 기반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특정 시기에 암각화의 표면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존 전문가들은 암석의 표면에 생긴 균열과 생물막을 제거하고, 수몰 시에도 손상이 덜 가는 특수 코팅제의 적용 가능성을 실험 중입니다. 단, 원형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위적인 복원보다는 “가역적 보존” 원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물리적 보존만큼 중요한 것이 지역 주민의 인식 개선과 참여입니다. 울산시는 시민 참여형 보존 캠페인, 청소년 역사 체험 프로그램, 학술 세미나 등을 통해 반구대 암각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야말로 유네스코 등재의 핵심 요건 중 하나로 꼽힙니다.

 

보존 과학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반구대 암각화는 디지털 복제본을 통해 온라인에서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원본을 보호하면서도 전 세계인이 한국의 선사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세계유산 등재 절차와 향후 전망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입증해야 합니다.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인류가 자연과 공존하며 예술적 표현을 남긴 대표적 사례로, 이 조건을 충족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등재 절차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1. 잠정목록 등록 완료 (대곡천 암각화군)

2. 유산 보호관리 계획 수립

3.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현지 실사

4.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최종 심사

 

울산시는 이 절차를 위해 국제 학술 교류를 확대하고 있으며, 프랑스, 스페인, 노르웨이 등 암각화 보존 선진국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태화강 수계의 수위 조절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친환경 수자원 관리 방안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반구대 암각화는 이미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문가들로부터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만, 수몰 문제와 주민 이주, 환경 영향 평가 등 행정적 과제가 남아 있어 단기간 내 등재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반구대 암각화를 통해 선사문화의 보편성과 지역적 독창성을 함께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만약 등재가 성사된다면, 이는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라 한국 고대문화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 역사적 성과로 기록될 것입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한국 문화유산 보존 역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과정입니다.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선사시대 예술이 이제 과학기술과 국제 협력을 통해 다시 빛을 보고 있습니다.

 

이 유적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울산은 물론 한국 전체의 문화적 자긍심이 높아질 것이며, 후손들에게 인류의 예술과 생명의 기록을 온전히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시민과 정부, 학계가 함께 반구대 암각화의 가치를 지켜내길 기대합니다.

반구대 암각화 사진
반구대 암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