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시의 미래는 똑같지 않습니다. 어떤 도시는 활력을 되찾으며 성장하고, 어떤 도시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동일한 위기를 맞았지만, 그에 대응한 전략과 실행력에 따라 운명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이 글에서는 지방소멸의 배경과, 회생에 성공한 도시들의 실제 사례, 그리고 여전히 소멸 위기에 놓인 도시들의 차이를 비교하며 핵심 요인을 짚어봅니다.
지방소멸: 어디서부터 무너졌는가
지방소멸은 단순히 ‘사람이 줄어드는 현상’이 아닙니다. 이는 지역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전반의 시스템이 붕괴되는 복합적 과정입니다.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약 120여 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전남 고흥군, 경북 군위군, 강원 인제군 등은 출산율 저하와 청년층 유출로 인해 인구 재생산이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지역들입니다. 지방소멸은 보통 세 가지 흐름으로 전개됩니다. 첫째, 청년층의 대도시 유출로 인한 생산가능 인구 감소. 둘째, 출산율 저하로 인해 아이들이 줄어들고, 학교와 병원이 폐쇄됩니다. 셋째,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도시 유지 비용이 급증합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결국 행정 단위의 기능이 멈추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 동안 수도권 중심의 국토 개발, 지역 간 인프라 격차, 일자리 집중 현상이 누적되어 지역의 자립 기반이 붕괴되어 왔습니다. 이로 인해 지방 도시들은 단지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 자체가 낮아지며 사람을 붙잡지 못하는 도시가 된 것입니다. 여기에 제대로 된 대응 전략 없이 소극적 행정에 머문 도시는 더욱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회생 전략: 도시를 살린 결정적 선택들
동일한 위기 속에서도 회생에 성공한 도시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 도시들의 공통점은 위기를 진단한 뒤, 명확한 방향성과 민관 협력에 기반한 실행력 있는 정책을 펼쳤다는 데 있습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전북 전주시입니다. 전주는 문화와 도시재생을 결합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구도심을 리모델링해 ‘한옥마을’을 관광·창업의 중심지로 바꾸었고, 예술인과 청년 창업가를 적극 유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구도심 유동인구는 대폭 증가했고, 청년층 유입도 다시 늘어났습니다. 단순히 공간만 바꾼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생활 문화 인프라를 함께 개선한 점이 주효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충북 제천시가 있습니다. 제천은 의료·바이오 산업을 지역 전략산업으로 설정해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집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 대학과 연계한 맞춤형 인재 육성 정책도 함께 추진하며, 청년층의 지역 정착률을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역의 특성과 강점을 제대로 분석하고, 단발성 정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한 점이 핵심입니다. 이외에도 강원도 강릉시, 전남 순천시, 경남 창원시 등은 각자의 방식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도시들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한 조건'을 먼저 갖추었다는 것입니다.
실패한 도시: 무엇이 부족했나
여전히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시들은 대부분 기존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곳들입니다. 예를 들어, 경북 군위군은 인구 고령화율이 45%에 달하고, 청년층 유출이 지속되는 대표적 도시입니다. 이 지역은 농업 위주의 산업 구조에 머무르면서,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일자리나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지 못했습니다. 각종 정부 지원 사업이 있었지만, 단기적인 건설 위주 사업에 머물러 장기적인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또한 전남 고흥군은 한때 우주센터 등 국책 사업의 기대를 모았지만, 실질적인 지역 경제로 이어지지 못하며 여전히 소멸위험지수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가 지원만으로는 지역 회복이 어렵고, 지역 내 자율적 변화와 혁신이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교훈을 줍니다. 이러한 도시들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 행정의 보수성입니다. 시민 참여를 통한 정책 수립이 부족하고, 외부의 새로운 아이디어나 민간 협력을 꺼리는 경향이 강해,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귀촌이나 청년 창업 등의 자발적인 유입을 막고, 지역 내부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지방도시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동일한 위기를 맞이했더라도, 어떤 도시들은 과감한 전략과 실행을 통해 회생했고, 어떤 도시는 정체된 채 소멸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결국 ‘사람 중심의 전략’, ‘지역 맞춤형 실행’, 그리고 ‘민관의 협업’입니다. 지방이 살아나려면 단순히 인구 수를 늘리기 위한 정책보다,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도시, 일하고 싶은 도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도시의 시스템 전체를 재편하는 문제이며, 이제는 그 시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성공 사례에서 배우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만이 지방의 미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