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삼성 안내견학교, 32년간 지켜온 따뜻한 발걸음

by sonomamoney 2025. 8. 27.

"삼성이 개를 길러 장애인 복지를 개선하고 사람들의 심성을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이런 노력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감으로써 우리 국민 전체의 의식이 한 수준 높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32년 전 1993년 9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신경영’(1993년 6월)을 선언한 직후 안내견학교 설립을 지시했습니다. 삼성이 개를 기르는 데 돈을 쓴다고 하자 따가운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 선대회장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올해 32주년을 맞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지금까지 308마리의 안내견을 세상에 내보내며 시각장애인의 삶을 밝히는 빛이 됐습니다.

 

삼성 안내견학교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안내견 훈련 기관으로, 1993년 개교 이래 32년간 장애인들의 눈과 발이 되어줄 안내견을 양성해 왔습니다.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진정한 동반자와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 이곳의 역사는 한국 복지문화 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삼성이 안내견학교를 설립한 이유,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가치, 그리고 32주년을 맞이한 현재의 성과와 향후 방향을 살펴봅니다.

안내견학교 설립 이유와 사회적 배경

삼성 안내견학교가 문을 연 것은 1993년이었습니다. 당시 한국 사회는 장애인 복지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었지만, 시각장애인의 생활을 돕는 안내견에 대한 개념은 아직 생소했습니다. 안내견은 단순히 반려견이 아닌, 시각장애인의 안전과 독립적인 이동을 책임지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를 전문적으로 양성할 기관이 전무했기에, 많은 장애인들이 해외에서 비싼 비용을 들여 안내견을 데려와야 했습니다.

 

삼성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라는 가치 아래 안내견학교 설립을 결심했습니다. 단순한 기부나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시각장애인의 삶을 개선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강조한 것은 "동반자적 사회공헌"이었습니다. 단순히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장애인과 안내견,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목표였습니다.

 

32년이 흐른 지금, 삼성 안내견학교는 단순한 복지 기관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포용"과 "배려"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안내견을 통한 자립 지원은, 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안내견 양성과정과 삼성의 운영 철학

삼성 안내견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적인 수준의 체계적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안내견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훈련만 받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부터 장기적인 관리와 교육이 필요합니다.

 

먼저 안내견 후보견은 태어난 후 생후 7~8주 정도가 되면 자원봉사 가정으로 위탁되어 ‘퍼피워킹(Puppy Walking)’ 과정을 거칩니다. 이 단계에서 강아지는 일반 가정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라며,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기본 습관을 배우게 됩니다. 이후 약 1년이 지나면 안내견학교로 복귀해 본격적인 전문 훈련에 들어갑니다.

 

삼성 안내견학교의 훈련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하되, 한국의 도로 환경과 사회적 특성에 맞게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횡단보도 건너기, 지하철과 버스 이용, 계단 오르내리기, 장애물 회피 등 다양한 훈련이 이루어집니다. 이 모든 과정은 단순한 ‘명령 수행’이 아니라, 안내견 스스로 판단하고 주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운영 철학에서 눈여겨볼 점은 ‘효율’이 아닌 ‘따뜻함’에 있습니다. 삼성은 안내견을 단순히 시각장애인을 돕는 도구로 바라보지 않고, 하나의 생명체이자 평생의 동반자로 대합니다. 훈련을 마친 안내견이 은퇴하면, 다시 자원봉사 가정으로 돌아가 평범한 반려견으로 여생을 보내게 하는 시스템도 이 철학의 연장선입니다.

 

이처럼 철저하고 따뜻한 운영 방식 덕분에 삼성 안내견학교는 지금까지 수백 명의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을 무상으로 제공해 왔습니다. 또한, 사회 전반에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과 ‘반려견 문화 확산’이라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32주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

2025년 현재, 삼성 안내견학교는 개교 32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안내견학교가 남긴 성과는 단순히 숫자로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250여 마리의 안내견이 세상에 배출되었고, 수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성과는, 한국 사회 전반에 안내견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안내견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일부 택시나 음식점에서 출입을 거부하는 사례도 흔했습니다. 그러나 삼성 안내견학교와 시각장애인 단체의 지속적인 캠페인 덕분에 지금은 ‘안내견은 눈’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복지문화 발전에 있어 상징적인 변화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안내견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을 배정받기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안내견 양성 과정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기업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정부, 기업, 시민 사회가 함께 협력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삼성 안내견학교는 앞으로도 ‘함께 걷는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안내견을 훈련하는 기관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아가는 문화를 만드는 사회공헌 플랫폼으로 발전하고자 합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스마트 기기와 같은 최신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시도도 계획 중입니다.

 

삼성 안내견학교의 32년 역사는 단순히 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섭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하고 포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상징이기도 합니다. 안내견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보다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비장애인들에게도 ‘진정한 동행’의 가치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지난 32년 동안 보여준 삼성 안내견학교의 꾸준한 발걸음은 앞으로의 길 역시 희망적임을 보여줍니다. 우리 사회가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을 따뜻하게 품을 때, 진정한 의미의 ‘함께 걷는 세상’이 완성될 것입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리트리버 사진
시각장애인 안내견 리트리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