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인천 주요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 안보 목적이 아닌 투기 우려로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서울 전역, 경기는 양주 이천 의정부 동두천 양평 여주 가평 연천 8곳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인천은 동구 강화 옹진군 3곳을 제외한 전 지역이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번 규제는 이달 26일부터 내년 8월 25일까지 1년간 적용되며, 필요할 경우 연장도 검토한다.
이 기간에 아파트나 단독주택, 빌라를 사고자 하는 외국인은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 거래 허가를 받은 외국인은 허가일로부터 4개월 안에 전입 신고를 해야 한다. 주택 취득 후 2년 동안 실거주 의무도 부여된다. 외국인이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를 하거나 해외에 살면서 한국 수도권 주택을 매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거주를 하지 않는 등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이 3개월 이내 기간을 정해 이행명령을 내린다. 그럼에도 실거주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토지 취득가액의 10%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을 반복 부과할 계획이다. 끝까지 불이행하면 허가 취소도 검토한다. 다만 오피스로도 활용되는 오피스텔은 이번 규제에서 제외됐다. 고가 주거용 오피스텔에 외국인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지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아파트와 동일한 평면구조를 가진 '아파텔'이 늘고 있다"며 "준주거시설이라는 이유로 규제대상에서 빠진 것이 아쉽다. 일부 외국인 수요가 비싼 오피스텔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는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6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건수는 7022건으로, 전년 동기(5633건)보다 24.9%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실거주 수요 확인'과 '투기 차단'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한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내국인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등 대출 규제와 증여 시 세금 규제가 적용되지만, 외국인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만 요구된다"며 "외국인이 해외에서 과도한 대출을 받아 국내 부동산을 사도 어떻게 규제할지 뚜렷한 장치가 없어 '내국인 역차별' 문제가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서울 상급지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까지 규제 범위가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다. 김인만 부동산 경제연구소 소장은 "강남3구, 용산 등 상급지에 국한하지 않고 수도권 전역까지 묶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향후 정부가 해외처럼 규제를 더 강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캐나다는 2023년부터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을 전면 금지했고, 싱가포르는 외국인 주택 매입 시 기본 세금 외에 60%의 추가 인지세(ABSD)를 물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이번 조치는 1차적 대응에 불과하다"며 "향후 2차 규제에서는 취득세 인상, 3단계에서는 외국인의 주택 매입 자체를 금지하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