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가대교는 부산과 거제를 연결하는 초대형 해상 교량으로, 개통 당시에는 교통 혁신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상징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교량은 예상치 못한 지역 상권 몰락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거가대교 개통 전후의 거제 상권 변화를 살펴보고, 그 속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짚어보겠습니다.
거가대교 개통 이전 거제 상권의 활황
거제는 조선업과 관광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도시였습니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조선업 호황으로 수많은 근로자와 가족들이 거제에 정착했습니다. 그로 인해 도심 상권은 물론, 주요 관광지 주변의 상권까지 활기를 띠었습니다. 식당, 숙박업, 유흥업소, 소규모 마트까지 다양한 업종이 균형 있게 분포하며 지역 경제를 떠받쳤습니다.
당시 거제도를 찾는 관광객은 대체로 배편이나 먼 육로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방문 자체가 여행의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접근성의 불편함은 역설적으로 거제 지역 내 소비를 고착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즉, 관광객이나 근로자 모두 거제 안에서 소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개통 이전의 거제 상권은 자급자족적인 성격을 띠었고, 외부 경쟁이 크게 유입되지 않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상인들은 장기적인 안목보다는 단기적인 수요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고, 덕분에 지역 내 상권은 규모는 작더라도 탄탄한 소비 기반 위에서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거가대교 개통 이후 나타난 상권 변화
2010년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거제의 상권은 거대한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개통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부산과 거제가 한 시간 이내로 연결된다는 사실에 환호했고, 교량을 통한 관광객 유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실제로 개통 초기에는 거제를 찾는 외부 방문객 수가 증가하면서 일부 관광지는 일시적으로 활기를 띠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났습니다. 접근성이 높아지자 오히려 거제 내부에서 소비하던 사람들이 부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거제 주민이 대형 쇼핑몰이나 문화시설을 이용하려면 큰 불편을 감수해야 했지만, 거가대교가 개통되자 부산까지 짧은 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거제 내 소비가 빠르게 빠져나갔고, 지역 상권은 점차 침체의 길을 걸었습니다.
또한 조선업의 불황이 겹치면서 상권 몰락은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수많은 근로자들이 거제를 떠나거나 지출을 줄였고, 남아 있는 상인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매출 감소를 견뎌야 했습니다. 교량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부로의 소비 유출 통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많은 전문가들에게 충격적인 사례로 남았습니다.
거제의 중심 상권이었던 고현동과 옥포동은 특히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한때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던 상권이었으나, 교량 개통 이후 손님 발길이 줄어들면서 빈 점포가 속출했습니다. 결국 거가대교 개통은 지역 간 연결성을 높였지만, 거제 상권에는 양날의 검처럼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제 상권의 몰락이 주는 교훈과 대안
거가대교 개통 이후의 거제 상권 변천사는 교통 인프라 확장이 반드시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접근성이 좋아진다는 것은 곧 외부 소비처로의 이동이 쉬워진다는 뜻이며, 지역 상권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소비 유출은 불가피합니다.
따라서 거제 상권이 몰락한 경험은 다른 지역에도 중요한 교훈을 남깁니다. 첫째, 인프라 확장과 함께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관광객이 단순히 교량을 건너 거제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머무르며 소비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와 특화된 상권이 필요합니다. 둘째, 지역 상권은 외부 도시와의 비교 경쟁에서 차별화 요소를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부산의 대형 쇼핑몰과 같은 시설과 정면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거제만의 해양 관광과 연계된 특색 있는 상권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현재 거제시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로컬 브랜드 육성, 해양레저 산업과의 연계, 소상공인 지원 정책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인식 전환입니다. 과거와 같은 단순한 내수 기반 상권 구조로는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고, 새로운 소비 흐름에 맞는 상권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거가대교는 단순한 교량이 아니라, 지역 경제 구조 변화의 기폭제였습니다. 거제 상권이 몰락의 아픔을 겪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지역의 강점을 살리고, 외부와의 차별화를 통한 재도약 전략이 실현된다면 거제는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거가대교 개통 전후 거제 상권의 변천사는 도시 발전의 명암을 잘 보여줍니다. 개통 이전의 활황, 개통 이후의 몰락, 그리고 앞으로의 대안까지 모든 과정은 교통 인프라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복합적인지를 시사합니다. 교량 하나가 단순히 이동을 편리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도시의 소비 패턴과 상권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지역 사회가 참고해야 할 교훈입니다. 거제는 이제 몰락을 넘어 재도약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외부와의 연결성을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면, 거제 상권은 다시 한번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